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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반기 -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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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둥이
댓글 0건 조회 2,571회 작성일 16-11-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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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등반기

글로벌리더스쿨

박재윤


 

알람이 울렸다. 눈 뜨기 겁나는 하루의 아침이다. 710분 쯤, 얼른 준비하라는 교감쌤의 부름에 멍 때리던 영혼을 부여잡았다. 사실, 노력해 볼 뿐이었다. 머리는 산발에다가 바보처럼 자른 앞머리는 날개를 달고 둥실 둥실이다. 이렇게 정신 상태가 메롱인 이유는 별거 아닌 한라산 덕분이다. 난 등산이라면 손사래 친다. 과장해서 말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산타는 것이 싫다, 핑계를 대자면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이 올라갈 이유도 없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고, 또 돌도 싫고 똑같은 풍경도 싫고. 하여튼 그런 내게 등산이라니. 하지만 예전부터 약속한 일정인데다가,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 속 나 홀로 가기 싫다고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가는 시늉이라도 내봤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받은 핸드폰. 배터리는 30%. 시작부터 무언가 불안하다. 학생 전원이 일정 속 핸드폰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에 오늘 산행이 더욱 떨려온다. 얼마나 거창하기에. 버스에서 아침 대용으로 가래떡을 먹었다, 예전에 체육 대회 때 경품으로 받은 쌀로 만든 것이다. 땀 흘린 대가로 받은 가래떡, 오늘도 그만큼 했으면 좋으련만.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버스 안에서 쪽잠을 잤다. 짧고 굵게 빠져든 단잠에서 깨어보니 한라산 입구를 들어가고 있었다. 절대 안 올 것 같았던 이곳에 두 발을 내딛었다.

 큰 각오를 하듯이 기지개를 피고 허리도 돌리고 심호흡도 크게 한 번 했다. 이까짓거 뭐, 해보자.

 

 점심 도시락을 받으러 부스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한마디로 시장바닥이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8개의 도시락을 받아야하기에 그 과정이 꽤 걸렸다. 아마 그래서 밥 18개만 주셨나 보다. 반찬을 깜빡하고 안 챙겨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부랴부랴 달려가서 반찬을 받고 왔다. 벌써 아이들은 가을 풍경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무르익은 나무들은 이미 가을이 된지 오래되어 보였다. 잔잔하게 풍겨오는 붉은 냄새에 저절로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

 깔끔하게 도시락을 벤치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들고 갈 가방도 없고 쓰레기 처리도 어렵기에 차라리 먹고 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선택이다.

 여러 개 모여 있는 마루벤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이 거기서 거기지 뭐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이 도시락은 밥 따로 반찬 따로 포장되어있는데 무려 6첩 반찬이었다. 마늘쫑부터 김치, 전과 튀김, 장조림, 애호박 숙주부터 과일까지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기쁨이었다. 비록 밥이 차고 질어져서 떡이 되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반찬이 매우 매우 잘 구성 되있기 때문이다.

 애호박도 먹고 동그랑땡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 ! !‘ 소리가 났다.

 ‘아악! 아악! 아악!’. 위를 바라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범인은 바로 까마귀다. 까마귀들이 약 30마리 이상이 모여 커다란 검은 무리가 되었다. 생김새만으로도 위협감을 주는 까마귀들은 알 수 없는 아악거림을 선공한다. 까마귀 울음소리는 까악 까악이 아닌 것 같다. ‘! ! 아악! 아악!’ 이라고 칭해야 올바를 것 같다. 한 마리가 소리 내면 다른 까마귀들이 반응해서 끝이 나지 않았다. 뭔가 우리가 그들 구역에 침범해서 경계하는 소리인 것처럼 들렸다. 미안해 까마귀들아 허락도 없이 침범해서. 우리가 쓰레기도 다 치우고 원래대로 해놓고 조용히 있다 갈게. 까마귀들에게 보답의 의미로 밥을 조금 떼어 주었더니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들이 푸드덕 푸드덕 몰려들었다. 마치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듯이 말이다.

 “까마귀들 밥 주지 말어!”

 관리자 아저씨가 소리치셨다. 까마귀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을수록 야생성을 잃어버려 길들어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자신이 직접 먹이를 사냥해야하는데 사람들이 동정심때문에 먹이를 주다보면 까마귀 자신의 습성을 잃게 되는 길이 된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슬슬 출발 할 때가 되었다. 엉덩이 탈탈 털고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자박자박 밟히는 모래알들이 산에 왔음을 다시 깨워준다.

 길고 수많은 나무들 사이 한 길로 내어진 길은, 가파르지만 그래도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길, 저 길 양 갈래로 나누어져있으면 그 만큼의 선택의 고통이 따를지도 모른다.

 곧 비가 내릴 하늘 속의 공기가 촉촉이 젖어들어 호흡하는 상쾌한 공기방울. 분위기에 맞춰 센스 있게 옷도 갈아입은 나뭇잎들. 나무가 길을 열어주고 그 사이를 우리는 가볍게 지나간다. 앞으로의 고난을 모르는 자. 아직까지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시작부터 해발고도는 1000M. 때문에 봉지과자 오예스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아주 살짝, 산에 들어갔을 때 중간정도 돼 보이는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그 아래엔 큰 바위들이 차곡차곡 낑겨있었고, 주변 바탕은 주황빛 단풍나무들과 어우러진 하늘이 있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포즈를 취하고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아마 내 기억상으로, 하하 호호 웃은 것이 이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약간 호흡이 빨라졌을 무렵 안내판이 나왔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말도 안 돼. 이제 시작이라니? 갈 길이 얼마나 멀기에. 벌써 체감상으로는 반의반은 올라온 것 같았는데, 이제야 환영 해주는 건가? 그래요, 일단 저도 반갑습니다. 기운이 쪽 빠졌지만 환영해준다니 마음을 애써 풀어본다.

 “우리, 조금만, 쉬었, 다가, 가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조여와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교감선생님과 수학선생님, 그리고 지윤이, 연진이, . 이렇게 모였다. 다른 아이들은 발걸음 빠르게 먼저 올라갔다. 나중에는 결국 교감선생님과 수학선생님이 우리 셋을 제치고 앞질러가셨다.

 선생님들과 격차가 벌어졌을 때, 우리는 심오한 토론을 했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은 이 시점, 계속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계속 쉬다가 목표지점 윗새오름을 찍고 내려오는 아이들을 만나 같이 하산할 것인가. 정말 진지했다. 마음 같아선 산 싫어! 힘들어! 그냥 이렇게 쉬다가 내려가자!’ 외치고 싶었지만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이미 50걸음 앞서 올라가고 있고, 만약 모두가 등산을 완주했다면 실패한 우리 셋만 덩그러니 남아서 우리는 힘들어서 포기했어.’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다. 내적 갈등이 심해질 무렵 지윤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다음 쉼터까지만 가보는 것이 어때? 얼마 안가서 또 하나 나올 텐데 거기까지라도 가보자. 그렇게 쉬면서 하다보면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엉덩이를 떼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방안인 것 같아서 연진이와 나는 동의를 했다. 곧바로 움직이기엔 막막해서 2분만 카운트다운 하고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듬성듬성 박힌 바위들을 계단 삼아 힘주어 올라갔다. 10걸음에 한 두 번씩 나무 계단이한 칸씩 규칙적으로 나왔는데 그 계단의 유익한 점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편리하고 안전하라고 만들어진 계단인데 사실상 이거나 저거나 똑같이 힘들었다.

 두꺼운 패딩 속 얇은 후드티는 이미 땀범벅이 됐다. 내가 산인지, 너가 산인지. 심오하게 궁금해져만간다. 점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우리는 태양 곁으로 다가가고, 나무도 트여 햇빛이 더 밝아졌다. 처음엔 절실히 필요했던 패딩이 이제는 짐이 되어 내 팔걸이에 걸쳐져있다. 보통 짐이 아니다. 그래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 땀구멍에 머리까지 부여 메고 앞머리도 뒤로 까버렸다. 땀줄기에 불어오는 내 속도의 바람 체감온도는 에어컨과 비슷하다.

 “보여! 마루 보여!”

 드디어 정식 쉼터가 등장했다. 말할 여력도 없이 끙끙거리며 털썩 앉았다. 울렁거리는 바위들과 나무들. 정신도 점점 빨려들어간다. 멍때리며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는데 어느덧 정신 차려보니 세 명이서 합창을 하고 있다. 부끄러워져서 얘들아 그만 부를까?’ 하니 갑자기 옆에서 쉬고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 좋은데 계속 해.’ 라고 칭찬해주셨다. 살가운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로 먼저 건네온 말에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쉬어가는 틈에 잠시 훈훈한 대화가 오갔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 학교인지. 여행 중이라는 부부는 우리가 이곳에서 기숙하며 공부한다는 말에 깜짝 놀라셨다. 그리고 과자 두 개를 챙겨주시며 얼른 힘내서 올라가라고 말씀도 해주셨다. 너무 감동인 나머지 갑자기 기운이 복 돋았다. 지금 이 기운을 곧바로 쓰지 않으면 영영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아 부부를 뒤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다시 처음 출발하는 것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며 커다란 돌들을 뛰어 올라갔다.

  한 참을 쉬다 올라가니,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나무 이름표가 이제야 보였다.

 눈에 확 들어온 너도밤나무.’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나무 종류다. 게다가 이름도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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