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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수필집을 읽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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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62회 작성일 14-12-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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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물건과 나

  사람은 가구와 더불어 산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골동품이 아니라도 예전 것들이다. 퇴계와 율곡 같은 분이 쓰던 유래 있는 문갑이 아니라도, 어느 조촐한 선비의 손때가 묻은 대나무로 짜서 옷칠한 문갑이다.

 먹글씨를 아니 쓰더라도 예전 벼루와 연적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

  세전지물, 우리네 살림에는 이런 것들이 드물다. 증조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것, 이런 것이 없는 까닭은 가난한 탓도 있고 전란을 겪은 탓도 있고 한 군데 뿌리를 박고 살지 못하는 탓도 있다.

그리고 오래 된 물건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잘못에도 있다. 유서 깊은 화류장롱이나 구목 반다지를 고물상에 팔아 버리고 베니아로 만든 단스나 금고 같은 캐비닛을 사들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교체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 피천득, ‘인연중에서 가구’  -

화려하여서가 맛이 아니다. 오래 가고 정이 들면 된다. 쓸수록 길이 들고 길이 들어 윤이 나는 그런 그릇들이 그립다. 운봉칠기, 나주소반, 청도운문산 옹달솥, 밥을 담아 아랫목에 묻어 두면 뚜껑에 밥물이 맺히는 안성맞춤 놋주발, 이런 것들조차 없는 집이 많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우리네 살림살이는 한낱 소모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피천득, ‘인연중에서 가구’ 

  수필을 읽고 나서 ~~

  
 

오래 전 나의 아버지 는 목수 중에서도 큰 목수를 일컫는 대목수 이셨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집 안에 작은 공장처럼 만들어 놓으신 일터에서 생산되는 많은 가구와 물건들을 보아오면서 자랐다.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목공소에는 하루에도 많은 종류의 가구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주 큰 공장이 아니라서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꼼꼼하고 정확하게 솜씨 좋은 아버지의 기술을 인정한 동네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일을 맡기러 와서 공장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버지와 직공 한사람이 전부인 공장이지만 각종 물건들이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곳이다. 책상이며 의자, 자개장롱, 문갑, 찬장 등 그야말로 아버지의 손을 거쳐 가면 모든 것이 제재소를 금방 빠져나온 나무의 신분을 벗어나 새롭게 만들어 지고 생명을 얻게 된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가구들을 백화점이나 가구점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목공소에서 주문제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의 책상이나 책장, 옷을 담는 단스도 맞추고 부엌찬장도 만들어서 들여놓았다. 장롱도 8,10자 장롱을 자기 집안 크기에 따라 맞추어서 들여놓고는 했다. 우리 아버지의 목공소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이 자개 문갑이나 장롱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자개를 입히는 가구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을 거쳐서 탄생된다. 장롱의 크기도 우선 위협적이지만 열고 닫는 문짝에 칠보 자개를 하나하나 손으로 입히고 붙여서 말리고, 그 위에 다시 칠을 하고 말리고 ... 이렇게 정성껏 손길이 간 작품은 몇 십년이 흘러도 우아하고 고풍스런 자태를 풍기며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집 가구도 손수 만들어 주신 것이 많았다. 나의 책상과 의자들, 나무베게, 책꽂이 ,책장, 쌀뒤주, 장롱들 그리고 여름이면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는 마당 한가운데 놓인 평상까지 그 외에도 소소한 것까지 세어보자면 수없이 많은 것들을 우리 아버지는 모두 그 손을 통해 만들어 놓으셨다. 그렇지만 지금 아버지의 땀방울이 베인 그 가구들 중에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새삼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그때 좀 더 오래된 가구의 소중함과 아버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더라면 지금 내 옆에 손 때 묻은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남아서 간직할 수 있었으리라.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가끔 학교에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께 가서 연필을 깎아야 한다고 칼을 빌려 달라고 하면 아버지는 나의 연필을 몽땅 가져오라고 하시면서 나무를 깎는 대패에다 나의 연필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샤프펜처럼 뽀족하게 정성껏 깎아서 필통에 담아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따뜻한 아버지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늘 이 수필 감상문을 쓰면서 가구라는 제목의 글 속에서 아버지를 회상하게 되고 아버지가 만들었던 수많은 가구들 중에 하나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 해 본다. 피천득 님의 수필집 인연중에서 가구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오래된 가구에 대한 감상을 꺼내보았다.

  세상을 살다보면 우선 편리한 것에 빠져들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조금은 낡아지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일상에서 우리와 함께 추억을 공유하며 지내온 오래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간직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피천득 님은 인연에서 오래된 가구들 이런 것들은 우리 생활에 안정감을 주며 유구한 생활을 상징한다. 사람은 가도 가구는 남아 있다.” 고 했다. 지금껏 내가 간직하지 못하고 버려두었던 오래된 기억들을 새삼 떠올리게 하고 감상에 젖어들게 한 좋은 한 편의 수필집을 오늘 나는 가슴으로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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