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름 한날의 풍경 - 조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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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날의 풍경
지겹던 장마도 제 갈 길로 돌아가고
나무는 숲이 되어 더욱 울창한데
게으른 한 여름이
매미 소리에 놀라서
낮잠에서 깨어버렸고,
소란스럽게 몰려든
잠자리 떼의 날개 바람에
하늘에서 퍼져서 졸던 뭉개 구름도
흰 적삼 풀어헤친 채 기지개를 펴며
덩달아 일어나고,
철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 나무 그늘 아래서
네 다리를 허공에 대고 널부러진 채
낮잠을 청하지만
물정 모르는 파리 한 놈이 귀찮게 하는 사이
약삭빠른 생쥐 한마리
눈을 말똥거리며
강아지 밥을 훔쳐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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